아내의 좁은 어깨

추석 한가위 명절
아내의 아버님을 찾아가는
관촌행 시외버스는
가끔 쿨럭이는 기침뿐
아무 말이 없다

보름달은
아내를 너무 사랑하시는
아내의 아버님
얼굴처럼 떠올라
고갯마루 오르는
시외버스 앞 길을 밝혔다

오랜만에 처가 오는데
헌 운동화를 신고 온
아내를 핀잔하며
나는 이십만 원을 꺼내

새 신을 사 신고 들어가자 했는데
아내는 새 신은 안 사고
이십만 원만 지갑에 넣고
시외버스를 타버렸다

시외버스를 타고
말없이 앞자리에 앉은
아내의 좁은 어깨를 보니
내 어깨는 더 쪼그라들고
가슴은 무너져 내렸다

시외버스가 처가에 도착하기 전
아내의 좁은 어깨를
한 번이라도 힘껏
안아주고 싶었는데

아내의 어깨가
그렇게 좁아 보인 것은
그때가 처음이었고
아내의 좁은 어깨가
그렇게 아파 보인 것도
그때가 처음이었다

몸철학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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