나는 빨갱이가 아닌데

나는 빨갱이가 아닌데
단지 우금치에서 죽은 동학군들에게
술 한잔 올리고 싶었을 뿐인데

나는 빨갱이가 아닌데
단지 일본 놈들 밑에서는 도저히 살 수가 없어
싸우고 싶었을 뿐인데

나는 빨갱이가 아닌데
단지 해방이 되었으니
친일파 처벌을 원했을 뿐인데

나는 빨갱이가 아닌데
단지 전쟁을 막고 싶었을 뿐인데
단지 독재를 막고 싶었을 뿐인데

나는 빨갱이가 아닌데

단지 내 자식들에게는 통일된 나라를
물려주고 싶었을 뿐인데

나는 빨갱이가 아닌데
단지 세 발 달린 까마귀처럼
만주평야 날고 싶었을 뿐인데

나는 빨갱이가 아닌데
사실은 빨갱이라는 말이 무서워
하고 싶은 말 가슴에 묻어두고
눈치부터 살피는데

너희들은 도대체 누구이길래
이 모든 일들을
빨갱이들이 하는 일이라고
재판도 없이 학살을 하였느냐

나는 빨갱이가 아니었는데

몸철학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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